[신차털기] 더 뉴 벤츠 스프린터, 안락한 가족 여행에 '딱'

입력 2019-08-04 07:00   수정 2020-12-19 08:10


휴가철 국내 여행을 떠난다면 오랜 시간을 차 안에서 보내야 한다. 혼자 또는 단 둘이 떠나는 여행이라면 문제될 것 없지만, 북적대는 가족여행이라면 이는 상당한 곤욕이다. 3대가 함께한다면 세단은 물론 SUV로도 좁은 공간의 불편함은 더욱 크게 느껴진다. 고속도로까지 막힌다면 이보다 더한 불편은 없다.

크고 넓은 대형 밴은 이러한 불편을 해소해준다. 그 중에서도 올해 국내 출시된 메르세데스-벤츠 더 뉴 스프린터는 13년만에 선보이는 완전변경 모델이다. 다임러 트럭 코리아가 더밴, 에스모터스, 와이즈오토 등 차량을 소비자 취향에 맞게 개조하는 국내 바디빌더사들에게 판매하고, 이들이 소비자 주문에 따라 차량을 셔틀, 리무진, 모바일 오피스, 캠핑카 등으로 제작, 최종 판매한다. 지난 6월부터 바디빌더사들의 일반 판매가 시작됐다.

서울에서 충청남도 아산까지 왕복 약 180km를 메르세데스-벤츠 더 뉴 스프린터로 다녀왔다. 9인승 셔틀로 개조된 모델이다. 차량은 미니 버스를 연상시킬 만큼 거대했다. 1종 보통으로 운전 가능하다는 회사 측 설명이 믿기지 않을 정도였다. 메르세데스-벤츠 더 뉴 스프린터의 크기는 전장 6940mm, 전폭 1995mm, 높이 2900mm다. 대형 SUV보다 2미터 가까이 길다.

운전석은 상당히 단조롭다. 일반 트럭 운전석과 비슷한 느낌이었다. 속도도 제한적이다. 시승 차량은 100km/h 속도 제한이 설정돼 가속 페달을 밟아도 RPM만 높아질 뿐 속도가 올라가진 않았다. 회사 측은 판매 차량은 고속도로 최고속도에 맞춰 110km/h로 설정을 조정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탑승자가 6명 이상인 경우 고속도로 버스전용차로를 달릴 수 있기에 막히는 길에서 더 빠른 주행이 가능하다.

우리나라 도로의 차로 폭은 3m 이상이다. 전폭이 2m에 달하기에 운전이 어려울 것이라 생각했지만, 예상과 달리 여러 첨단 운전자보조 시스템(ADAS)이 적용돼 별다른 어려움은 없었다. 투박한 운전석이 이러한 예단을 부추겼다. 능동형 차선 이탈 방지 어시스트(ALKA), 사각지대 어시스트(BSA), 액티브 브레이크 어시스트(ABA), 능동형 디스트로닉 차간 거리 조절 어시스트(ADAD) 등이 적용됐다.

메르세데스-벤츠 더 뉴 스프린터의 백미는 뒷좌석이다. 에스모터스가 컨버전한 더 뉴 스프린터는 파티션 뒤로 7명이 탈 수 있었는데, 단조로운 운전석과 달리 고급 호텔이 연상되는 화려한 모습이었다. 널찍한 공간을 차지한 독립형 시트들은 다리 받침과 등받이, 앞뒤 위치 등을 전동으로 조정할 수 있다. 벤츠 승용차의 시트 다이얼도 그대로 가져왔다. 푹신한 시트에 앉아 편안한 자세를 취하면 차 안에 있다는 사실도 금새 잊혀졌다. 시트에 연결된 간이 테이블을 펼치면 비행기 1등석 느낌도 났다.

짐을 실을 공간도 충분하다. 탑승객이 편하도록 시트 공간을 최대한 벌려도 뒷면에 골프백 7개가 무리없이 들어갔다. 시트 아래 공간에도 짐을 적재할 수 있어 단체 여행에서 아쉬울 것 없는 공간 확보가 가능했다.

메르세데스-벤츠 더 뉴 스프린터는 일반 개인의 접근성이 뛰어난 차량은 아니다. 승용차로 사용하기엔 지나치게 큰 덩치 때문에 주차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 뻔하다. 국내 바디빌더사들이 판매하는 가격도 1억원 중반에서 2억원 초반 수준으로 높은 편이다. 매일 차 안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는 사람이 아니라면 평소 용도로 부담스러운 차량일 수 있다.

그럼에도 휴가철 가족과 국내 여행을 갈 계획이라면 이 차량은 유용하다. 단기 렌트 등을 통해 메르세데스-벤츠 더 뉴 스프린터로 국내 명소를 돌아본다면 가족들에게 잊을 수 없는 추억을 선물할 수 있을 것이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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